쩝쩝접 [591036]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9-11-16 02: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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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소설) -3- 모두가 평등한, 신분제 국가. 소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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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복서는 풍차 재건을 위해 계속해서 일함에도 점점 스스로의 몸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한편 나폴레옹은 새끼 돼지들을 직접 본채 부엌에서 가르치기 시작한다. 정원에서 체육 수업을 받으면서 다른 새끼 동물과는 어울려 놀지 말라는 지시를 새끼 돼지들에게 내리는 동시에, 다른 동물이 길에서 돼지를 마주치면 공손히 길을 피해야 한다는 규칙, 계급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일요일에는 모든 돼지가 머리에 녹색 리본을 매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규칙이 연이어 제정되었다.


이는 실제 소련에서 공산당 간부라는 특권층이 탄생하는 과정을 빗댄 부분이다. '노멘클라투라'라는 일명 '공산귀족'이 스탈린 시대를 거쳐 브레즈네프 시대에 하나의 특권 계층이 되는 과정을 조지 오웰이 내다본 장면에 대해서는 놀라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노멘클라투라 계층이 특권계층으로 확립되는 시기는 브레즈네프 시기인 60년대라 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 소설을 출판한 시기가 1945년임을 감안하면 문학적인 통찰력 사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담으로 노멘클라투라 계층은 이후 소비에트 연방 붕괴에 편승하여 현재 러시아 연방의 기득권층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나폴레옹은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스노볼에 대한 왜곡을 강화한다. 한편 갈까마귀 모세는 다시 돌아와서 여전히 일을 하지 않은 채로 얼음사탕 산에 대해서 이전과 같은 말투로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많은 동물들은 그의 말을 믿으면서, 현재 자신들의 삶이 허기지고 고달픈 삶이라고 생각한다. 돼지들은 그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멸시하듯 말하면서도, 모세를 농장에 머물러 있게 내버려두는 동시에, 일을 하지 않는데도 하루에 한 홉씩 맥주를 주었다.


이는 스탈린 시기 소련이 러시아 정교회와 다시 결탁하여 체제 안정을 추구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풍자한 장면이다. 맨 처음 러시아 제정(매너농장) 당시 갈까마귀 모세와 혁명파들이 그에 대해 추구하던 태도를 고려하면 이는 혁명의 왜곡과 정교유착을 나타내는 모습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초창기 혁명에서 갈까마귀 모세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이다.)



한편 복서의 힘이 다하자 나폴레옹은 그를 치료해준다는 명목으로 그를 말 도살업자들에게 팔아넘겼다. 글을 모르는 동물들은 나폴레옹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갈 뻔했지만, 벤저민이 동물들에게 그 진실을 알려주면서 복서가 말 도살업자에게 팔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스퀼러는 이를 헛소문이라고 일축한다.


이 부분을 사자성어로 나타낸다면 '토사구팽'이라고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복서(교육을 받지 못한 프롤레타리아 계층)는 평생을 나폴레옹(스탈린)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 하지만 복서의 이용가치가 없어지자마자 나폴레옹은 복서를 말 도살업자에게 팔아넘겼다. 마치 사냥개가 쓸모가 없어지면 솥에 삶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서 권력자의 비정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용가치에 따라 생명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혁명의 원칙과는 달리 이용가치가 사라지면 생명을 빼앗기는 동물농장의 현실을 통해서 더 이상 메이저 영감이 꿈꾸던 혁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10.




세월은 지나고 혁명의 기억은 까마득한 오래 전이 되었다. 농장은 부유해졌지만 동물들의 삶은 풍요로워지지 않았다. 물론 돼지나 개들은 빼고 말이다. 동물들의 삶은 고달프고 형편없었으나 존스가 쫓겨난 직후의 형편은 더이상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 둘을 비교할 수 없었다. 혁명의 기억은 그저 무용담으로 남아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는 1940년대 중반 무렵의 소련을 빗댄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민들의 삶은 풍요롭지 않고 계속 고달픈 삶을 이어갈 뿐이었다. 특권 계층들은 풍요롭게 살고 있으며, 혁명의 신화는 그저 이야기로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소련의 모습을 풍자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클로버는 마당에서 스퀼러가 두 발로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다른 돼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나폴레옹이 나타나 앞발에 채찍을 들고서 그들을 호위하는 개들과 함께 두발로 꼿꼿이 선 모습으로 나타났다. 동물들은 그에 대해 충격을 받았지만 양들이 "네 발도 좋지만, 두 발은 더욱 좋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외치면서 항의를 할 기회를 원천봉쇄하였다.


한편 벤저민은 클로버의 부탁에 따라 동물들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규율을 어기고 계명을 읽어주었다. 그 벽에는 단 하나의 계명만이 존재하였는데, 그 계명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이는 평등을 추구하면서도 그 위에 '노멘클라투라'(공산당 간부)라는 특권계층이 만들어지는 소련의 모순을 풍자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일주일 뒤 이륜마차 여러 대가 농장으로 들어왔다. 이웃 농장의 대표단들은 동물농장의 풍경, 특히 풍차에 대해 대단한 찬사를 보냈다. 저녁이 되고서 농장 본채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인간과 동물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오자 호기심이 발동한 동물들은 클로버를 선두로 하여 식당 창문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에서 농부 여섯명과 고위층 돼지 여섯 마리가 앉아있었는데 나폴레옹은 식탁 머리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폭스우드 농장의 필킹턴 씨는 동물농장의 규율과 질서에 감탄을 하며 돼지와 인간 사이에는 어떤 형태로든 이해의 상충은 없으며 상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이어갔다. 노동 문제는 어디서든 매한가지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여러분에게 여러분과 다투는 하층 동물들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우리와 다투는 하층 계급이 있소!"라는 말로 좌중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이어 나폴레옹은 자신들과 동료들의 사상이 파괴적이고, 심지어는 혁명적인 그 무엇을 퍼트린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며, 자신들이 이웃 농장의 동물들을 선동해 반란을 부추긴다는 유언비어도 있었지만, 자신들은 이웃들과 평화롭게 정상적인 거래를 유지하기를 소망한다는 말을 하였다. 자신이 통치하는 영광스러운 이 농장이야말로 협동 기업체라고 언급하며,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소유권 역시 돼지들의 공동소유라는는 말을 이어갔다.


그외에 나폴레옹의 발언 하나하나들을 곰씹어보면 혁명의 취지가 완전히 왜곡되어버리고 이제는 또다른 독재체제가 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이 농장을 '매너 농장'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메이저 영감이 말했던 혁명은 이제 완전히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존스씨 시절의 억압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소련이 혁명국가가 아닌 그저 이전 기득권층들에 의해 통치되는 봉건체제와 똑같은 체제가 되었다는 뜻을 의미한다.


카드놀이 도중에 나폴레옹과 필킹턴 씨가 동시에 똑같은 스페이드 에이스를 내놓으면서 동물들과 사람들 간의 싸움이 벌어졌는데, 누가 돼지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별하기란 이미 불가능했다.








- 개괄적인 소감 -



동물농장을 통해서 혁명이 어떻게 왜곡되어가고 이상적인 체제를 부르짖던 초기와는 달리 궁극적으로는 기존과 똑같은 기득권 구조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소련으로 한정짓는다면 제정러시아의 그 봉건적 구조와 소련의 구조가 어떻게 다르지 않게 되었는지를 고찰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물농장의 이런 모습이 소련의 이야기만으로 끝난다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농장의 이런 모습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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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 게시물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추가적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새로 하나 더 팔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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