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성공 직전에 정리한 것 (실수 10배 낮추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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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전에는 꼭 '이걸' 정리해야 합니다.
수험생 때는 우연히 이렇게 했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그후로 의대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면서 확신을 가졌습니다.
한 번만 읽지 말고 꼭 여러 번 읽길 바랍니다. 궁금한 부분은 댓글로 달면 답변드리겠습니다.
(시작)
한 번 이런 상상을 해보자. "오늘이 수능 일주일 전이라면?" 어차피 새로운 걸 배워서 실력을 확 높이는 건 힘들다.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제를 풀자니 "이거 풀어봤자 뭐가 바뀌겠냐" 현타가 온다.
풀어서 맞추면 "지금 아는 걸 풀 때가 아닌데" 싶다.
풀어서 틀리면 내 공부가 총체적으로 잘못된 것 같은 의심이 든다.
난 현역 때 이런 현상을 겪었다.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결국 마무리를 잘 못했고, 한이 맺혔다. 그래서 재수 때는 전략을 세웠다. "시험 직전에 볼 걸 정리해두자."
"정리하는 게 시간이 아깝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감한다. 나도 노트 정리에 시간 오래 쓰는 건 극혐하는 타입이다. 그러니 끝까지 읽어보길.
그래서 어떤 것을 정리하란 말인가? 두 가지를 소개하겠다.
1. 실수
실수는 왜 생길까? 나는 '휴리스틱'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휴리스틱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전 경험을 떠올려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능력"이다.
우리는 양아치를 볼 때 일일이 행동이나 말투를 분석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때 양아치와 일진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눈에 "쟤 양아치일 거 같아"라고 판단 내린다.
이런 습성은 일상생활에서 대체로 유리하다. 사소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에너지를 아껴준다. 그러나 '어림짐작'일 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에 휴리스틱이 개입하면 문제가 생기곤 한다.
지금까지의 실수를 되새겨보면 알 것이다. 많은 실수가 휴리스틱 때문에 생긴다.
제대로 안 읽어 놓고 "이럴 것이다"라고 짐작해서 틀린다. 숫자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이럴 것이다"라는 느낌으로 계산해서 틀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인 것은 사람마다 휴리스틱의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잘 찾아보면 각자 실수의 패턴이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기만의 '생각 습성'이 생겼다. 그래서 비슷한 휴리스틱이 계속 발동하고, 비슷한 실수가 생긴다. 지금부터 그 패턴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실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쯤 많은 문제를 풀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실수를 할 것이다. 실전에선 안 틀릴 거라고 외면하지말고, 그 장면을 더 깊게 파고 들어라. (본능적으로 이걸 회피하는 학생이 많다.)
"이 장면에서 어떤 생각을 해서 틀렸는지" 세밀하게 복기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워딩으로 바꿔서 글로 적어라. 그게 10개, 20개 모이면 엄청난 자산이 된다. 그때쯤 되면 패턴이 보인다.
예를 들어, 나는 수학 실수의 60%가 등식을 정리할 때 나왔다. 30%는 답 내기 직전 계산에서 나왔다. 두 가지만 막아도 실수 확률이 10배로 낮아지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새로운 풀이법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나는 사고과정을 리마인드하다가 불필요한 시선 이동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문제 풀이 알고리즘을 하나 설계했다. 이게 내 재수 성공의 큰 도우미가 되었다. (시선의 이동 칼럼: https://orbi/medchan19/223194056525)
2. 애매한 사고 과정
두 번째는 '애매함 탐지기'이다.
수험 후반전은 사고를 다듬는 시기다. 얕게 이해한 논리는 수능에서 못 쓴다.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애매한 것을 잡아내서 끝까지 조져야 된다.
그 방법은 지난 칼럼에서 자세히 다뤘다. 대부분 봤을 것이다. 링크를 걸어두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내가 의대 뚫은 방법: https://orbi.kr/00064547298 (정말 아끼는 칼럼입니다)
나는 장담한다. 이 두 가지(실수 / 애매한 생각)만 정리하면 40일을 최고 효율로 뽑아낼 수 있다. 그리고 수능 일주일 전, 남들이 방황하고 멘탈 털리는 걸 여유롭게 지켜보면 된다. 내가 정리한 걸 보면서 생각을 견고하게 다듬으면 된다.
생각이 정돈되면 감정도 절로 차분해진다. 차분하게, 자신감 있게 수능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 아닐까?
요약
1. 수능 전에 볼 걸 정리하면 좋다.
2. 실수한 장면은 모아서 패턴화하자.
3. 애매한 사고과정은 후벼파서 내 걸로 만들자. (위에 링크 칼럼 참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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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특 1단원 다 함 이 속도면 6모 전까지 끝낼 수 있으려나
번외편: 정리하면 안 되는 것
1. 지엽적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고 하지 마라. 학문적 완결성을 추구하는 건 수능과 안맞다. 나도 이런 욕구가 있었다. 그러나 고쳤다. 나는 이것을 '학자의 오류'라고 부른다. 학자가 되려 하지 마라.
2. 정리를 예쁘게 하려고 하지 마라. 섬세한 성격의 학생이 이런 경우가 많다. 만족감은 '정리본'이 아니라 수능 결과에서 느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예술가의 오류'라고 부른다. 예술가가 되려 하지 마라.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이런 글은 강연 하나 보는 느낌이네요 유익해요
감사합니다!
결혼해주세요
요즘 시기에 딱 고민했던 내용인데, 글로 적어주시니 남은 기간 공부 방향성에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ㅎㅎ
1년 내내 이것만 고쳤다 올핸 진짜 끝났으면..
다 잘 될 겁니다!
학자의 오류 << ㄹㅇ임...
진짜 안 고쳐짐...
본능을 거슬러야 승리할 수 있더군요.
제가 요즘 양치기를 하고 있는데,
국어나 수학 이런거 양치기해도 그냥 문제만 푼거고 막 얻어가는 느낌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해야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등급 대에 따라 다를 거 같습니다. 틀리는 문제가 없으신가요?
국어는 딱 1컷, 수학은 96~100
영어는 1~2 진동, 탐구는 실수없으면 1 실수 한두개나오면 2로 떨어져요(실제로 백분위 99~90진동)
잘 하는 분이네요. 무작정 달리지말고 피드백에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위에 링크 걸어둔 '애매함 탐지하기' 칼럼 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상황에 꼭 필요한 내용인 거 같아요.
저번에 읽고 요즘 문제 넘어가기전에 내가 진짜 이해한게 맞나? 다른 문제에서 떠올릴 수 있나? 라는 생각을 조금씩 하고는 있어요!! 근데 이게 그렇게 해결하고 가도 체감을 못해버리는 ㅜㅜ 똑같은 문제를 잘 못 만나서 ㅜㅜ
휴리스틱.. 수특 연계네요
예술가의 오류 ㄹㅇ...
실모를 볼때마다 실수가 잦아서 실수노트도 만들어서 내가 한 실수를 죄다 기록함. 그리고 했던 실수들 복기하면서 안하려고 하면 다음에 풀땐 또 new유형의 실수를 반복함. 막상 실수한 이유를 써서 명시화하려해도 그냥 단순 계산 실수인데 실수한 이유를 뭐라써야될지 모르겠움.. 실수도 여러방법으로 다양하게 해서 말씀하신대로 패턴화도 안되는데 어떻게해야될까요? ㅠ 평가원때마다 단순계산실수 한두개씩은 꼭 생기는데 진짜 이러다 올해수능도 실수하는건 확정인거 같은데 진짜 어케하나요 ㅠ
다른 거 다 제쳐두고라도 계산 실수 꼭 잡으셔야겠네요. 제 학생 중 한 명의 방법을 첨부해드립니다. 꼭 이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치열하게 노력하셔야 합니다.
결국 휴리스틱틱님의 주제넘은 개입이 문제가 되었군요..
개입조이고
이거 2년째 하는데 정신병 걸릴거 같음
실수 정리 해도해도 끝이 없음 ㅋㅋ
님 ㄹㅇ멋쟁인가..
특정한 숫자가 답인걸 하도 많이 보다보니 답을 구하기위해 계산하는게 아니라 계산을 답에 맞춰버림.. ㅋㅋ
진짜 실수한거 정리좀 해봐야겠다 맨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ㅠ
학자의 오류 관련한 칼럼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저런 상태라서요
와 진짜 개 찔렸네 ㅋㅋㅋㅋㅋ 틀리면 내가 그 동안한 공부법에 의심이 들고 맞으면 이런거 공부할때가 아닌데 이러고 있음요..
수학으로 치면 발상노트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수능 전에 볼 노트 정리하고 나서 이후 실모를 보기 전마다 정리본 보고 응시하는게 좋을까요??
선생님 지금 다시 기출로 회귀하는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ㅠㅠ
기출만 각잡고 보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필요할 때 돌아가서 발췌독으로 참고하는 걸 추천합니다.
글 쭉 읽어보니까 이분이 ㄹㅇ 메타인지 고트인듯ㅋㅋ
안녕하세요
제가 생명ㆍ지구 지엽 합쳐서 2000개 넘게 모았는데요...
그날 깨달은것,새로운것을 포스트잇에 적고, 하루 끝날때 포스트잇에 적은걸 문제로 만들어서 노트에 적는데요(예를들어 포스트잇에 어류 오르도비스기 출현이라 적으면 노트에는 어류가 출현한 시기는?답:오르도비스기 같은 식으로 적습니다)
동시에 일주일전 적은걸 다시 풀어보고 틀린거랑 노트에 같이 적습니다
수학이랑 국어,탐구 문풀하면서 깨달은 행동강령도 깨달은것,실수한것도 과목 합쳐서 400개 정도 기록해놨는데 같이 적는데 문제가 쌓아놓기만 하고 정리가 안되는 느낌입니다...제것이 되는 느낌이 안들어요
잘하시는 분들보면 시험때 가져갈 개념,행동강령을 압축정리하는데 전 어떻게 그렇게까지 압축할지 모르겠어요ㅠㅠ
어떻게해야 배운걸 정리하고 제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정리 욕심이 많으신 거 같네요. 힘들겠지만 양을 줄여야 합니다. 1.지엽은 절대 그만큼 필요하지 않습니다. 출제빈도 기준으로 중요도 낮은 건 버려도 돼요. 2.실수목록이나 행동강령 같은 건 공통원리를 추출해서 그것만 가져가세요. 많이 챙기려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못챙깁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오늘 생각하다가 제가 무엇이 문제인지 깨달았는데
메디소드님께서 말씀하신 휴리스틱이 너무 과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기의 고기압에서는 시계방향으로 발산하는데, 회전하는 것이 비슷하니까 어이없게도 그걸 바다의 에크만수송이랑 연관지어서 시계반대방향으로 고기압이 발산할것이다, 같은 식으로 착각하는 느낌입니다
문제를 풀때도 실수량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비슷한 조건을 다른것을 연관지어서 생각하려고 하니까 자꾸 틀리는 것이었습니다ㅠㅠ
이런식으로 자꾸 다른것을 엮는 실수, 휴리스틱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제가 오래동안 고민하던 것이었는데 휴리스틱 때문이었던걸 깨달으니 너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논리를 하나씩 짚어가지 않는 습관이 문제인 듯합니다. 간단한 문제를 풀더라도 한단계씩 풀이 써보는 연습을 추천드립니다. 조금만 연습해도 금방 나아질겁니다.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
아까전에 찬찬히 분석해봤는데
이 습관이 전과목에 있더라고요
무의식적으로 풀고 무엇보다 조건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니
여러가지 조건이 나오는 문제에서 실수가 나왔었습니다
f(x)를 통해 g(x)의 값을 구하는 문제에선
f(x),g(x) 다 구해놓고 아까전까지 계속 f(x)를 구했으니 마지막 대입을 g(x)가 아닌 f(x)에 하는식으로요
이렇게 실수를 몇가지로 유형화하니 훨씬 문제풀이가 명확해졌습니다 결국 원인은 몇가지 안되더라고요
칼럼 정말 감사드립니다
남은가간 파이팅입니다!
그럼 휴리스틱이 공부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나요? 예를들어 전 문제를 풀때 많은 양의 정보가 있을 때 예전에 본 것이지 하며 휴리스틱을 이용하는데 이는 예전 저의 독해방식인 실수를 하기 싫어 휴리스틱을 배제하고 사소한 논리까지 집착하는 방식과 다른데 휴리스틱을 사용하니 더욱 에너지 소모가 줍니다. 휴리스틱을 사용하되 그로인한 실수가 생기면 그때 바로잡으면 되는 것이고 실수를 피하지 말자 라는 마인드로 후반전 달리면 될까요?
물론이죠. 휴리스틱이 없으면 생각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휴리스틱을 메타인지하고 바꾸는 것은 공부할 때 하고, 실전에서는 휴리스틱을 써야 빠릅니다. 정확히는 '훈련된 휴리스틱'이죠.
휴리스틱 관련 책 내신건 없나요? 정확히 휴리스틱을 쓴다 안쓴다에 대한 감각을 잘 모르겠어서 문제를 자꾸만 다 보고 풀려고 그러는데 이게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고 공부량도 적어지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