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에게 금지된 고급 취미생활
게시글 주소: https://www.orbi.kr/00066286190
최근 한 수험생이 이런 질문을 해왔습니다.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를 하더라도 한 가지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그것이 해결되기 전까지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기 어려워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으로 인해 그 내용을 찾아보느라 몇 시간을 쏟기도 하는데요... 혹시 이러한 문제점을 고치는 것이 좋을까요, 혹은 꼼꼼히 공부하는 제 나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는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이런 자질이 대학원에 가기에는 좋지만, 대학에 가기에는 불리하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진리탐구가 아니라 시험공부를 하는 중일 뿐입니다. 수험생은 지문에 딸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데까지만 고민하면 충분해요. 그 너머를 고민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그냥 고급 취미생활이에요.
물론 지문에 딸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데까지 고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애초에 시험지문은 문제 출제를 염두에 두고 쓰인 글이므로, 글에 제시된 퍼즐을 모두 짜맞춰야만 문제가 다 풀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퍼즐을 짜맞추려면 글의 핵심을 확실하게 이해해야 하고, 빈출되는 출제패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물론 출제패턴이라는 것은 글의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해 출제자가 사용하는 습관적 기술에 붙인 별명에 불과합니다. 결국은 지문을 온전히 이해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 기조가 유지된다면, 기출100세트(100문제 아니고 100지문!)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합니다.
지문에 딸린 문제들은 내가 온전히 글을 이해했는지 평가해주는 동시에 얼마나 깊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줍니다. 만약 딸린 문제가 없었다면 글을 오독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도 모르고 지나갔을 텐데, 문제 덕분에 여러분은 읽기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얻게 됩니다. 틀린 문제를 분석하다 보면, 그 끝에는 나의 문제를 발견하게 될 거고, 그러면 교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문을 충분히 이해하여 딸린 모든 문제를 정확하게 맞혔다면, 혹은 사후적으로 분석하여 정답과 오답의 근거까지 다 파악할 정도로 지문을 이해했고, 또 그 정도로 지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읽어야 했는지 자세 교정까지 마쳤다면, 분석을 멈춰도 됩니다. 문제풀이와 무관하지만 단순히 궁금하다는 이유로 몇 시간씩 붙잡고 분석하는 일은 강사만이 가질 수 있는 고급 취미입니다.
제가 그 사례를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전기추2(2013~2024 수능 초고속 분석) 수강생이 다음 문장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질문을 해왔어요.
1사적 연금에는 역선택 현상이 발생한다. 2안정된 노후 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가입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피하므로, 3납입되는 보험료 총액에 비해 지급해야 할 연금 총액이 자꾸 커지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 있지만, 이해하려고 곰곰 고민해보면 왜 2가 원인이 되어 3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거든요. 문제풀이와 무관하기 때문에, 저도 질문 받기 전까지 딱히 고민해본 적이 없었어요. 근데 답변하려고 하니까 잘 모르겠더라고요.
한참 고민해봤어요. 그래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회계사인 친구, 경제학 박사과정에 있는 지인 등에게도 물어봤는데 속 시원한 설명을 못 해주더군요. 그래서 비슷한 주제(보험경제학)의 논문을 찾아서, 논문 저자 교수님께 문의를 드렸습니다. (당연히 자문료도 드립니다.) 그리고 받은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경제학자가 수능 국어 지문을 본다면?
혼자 고민해서는 답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그마나 저는 국어강사니까 고급 취미생활로 시간과 돈을 써가며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수험생이 혼자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세줄요약
1. 딸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데까지만 이해하자.
2. 100지문 정도 빠삭하게 풀어보자.
3. 위 링크는 본문만큼이나 라끄리(오르비 설립자) 님 댓글도 재미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녕하세요~ PHYSICS CODE 입니다. PHYSICS CODE II (2026...
-
잔다 0
-
21살이 아니라 노래를 21년 한거 같은 실력인데
-
쌈@뽕게슝 0
쌈@뽕탱이
-
내신 70+수능성적 30% 이런식으로
-
이명학 쌤 커리 타는데 기출분석 및 1회독은 해야할 것 같은데 아카이브랑 기출정식...
-
오늘 학교에서 어케 버티뉴
-
이게 아이오닉9 이건 올뉴싼타페 둘다못생긴거같은데...
-
맨유 경기있네 1
-
밑에 청주교대 글 보고 든 생각인데 교대는 차라리 정시전형을 폐지하고수시100에...
-
이차부등식 x제곱-(a-1)x-a<0 을 만족하는 정수 x가 5개가 되도록 하는...
-
꽤 큰 피아노 콩쿨서 입상함. 연주회도 열릴 예정
-
[단독] '전기차 끝판왕' GV90 내년 12월 생산…현대차 '승부수' 2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
방시혁, 엔터사 첫 대기업 총수에… 쿠팡 김범석은 또 지정 피해 1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 소속사인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최초로 자산총액...
-
남자친구가 너무 조아여.. 저한테 과분한 사람이라고 느껴지고 훨씬 더 잘해주고...
-
잘까 말까 0
지금 자면 12시에 일어날거같은디
-
과년도 69수능 평가원에서 올려준 해설은 없는건가요? EBS 해설 보면 되나요?
-
열등감폭발하는날 1
살기싫어
-
밑쪽에 청주교대 글 보고 느낀점…
-
ㅇㅅㅇ
-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말로 직접 하는것보다 이렇게 글을 써서 대화하는게 더 편하다고...
-
감기몸살왔네 0
새벽에 이게 무슨일이람..
-
물어보길래 대답했더니 끄덕하고 가네요.. 순간 설렜는데ㅠㅠ 모솔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
진짜로 와보니깐 친한사람 아무도 안생김ㅋㅋ 혼자 보내는 6년이라... 뭔가...
-
폰 중독자인데 폰 안하다가 잘 수 잇는 저한테 적용되는 방법 알려주시는 분께 천덕...
-
지구 정반대에 사는 사람들도 생각하는건 여기랑 비슷하다는 반증같아서 첨봤을때 뭔가 오묘했음
-
님들도 같이 ㄱㄱ
-
ㄹㅇ이
-
잘래! 2
안녕히주무세요!
-
행복해지고싶다 4
근데안되겠죠 인생
-
수학 n제 3
이제 n제 시작할려는데 4규 드릴 이해원 지인선 이정도 풀면 적당할까요
-
최소한 날 싫어하는 여자 동기는 안만들려고 일절 미팅x 밥약x 플러팅x 헌팅x 걍...
-
청주 교육대학교 한학기 거의 다녀본 결과(남자 만학도는 다른길을 찾는게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3
학기 초반에 내가 정신장애인 인데..조현병 있다고 오르비에 쓴글 청주교육대학교...
-
생윤 레건 정리 0
삶의 주체인 동물 > 내재적 가치 지님, 쾌고 감수능력 o 삶의 주체이지 않은 동물...
-
여자친구는 없고 절 싫어하는 여자 동기는 있어요 소리없이 저를 언팔하는 미팅녀도...
-
반수할때 나도 남자친구가 문제 많이 알려줬었는데 저렇게 친절하진않았음…ㅋㅋㅋ...
-
캐니언 므시 먹자
-
개오바겠죠? 문학 언매는 마더텅 한 번 돌리고 다시 사서 또 하고있긴한데......
-
쎈은 내신틱한 문제가 많다고 들어서 쎈대신 시발점 워크북 풀어도 되나요?
-
5일동안 100개 넘어감 왜이리 재밌지 게임 포인트 쌓는거 같아서 재밌음 ㄹㅇ
-
윤루카스 개호감 0
https://youtube.com/shorts/3Kh2PKO5bUw?si=CVdp_...
-
백호 상크스 완강햇는데 유전파트 다시듣는거 비추인가요? 0
복습제대로 안해서 까먹은게 많은데 혹시 인강 유터파트부터 다시듣는거 비추에요?
-
저는 93% Τ인데 부모자식관계에서 슬픈 얘기 들으면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
자작시 0
우울우울..
-
자작시 3
부끄럽다
-
확통 실전개념 0
ㅊㅊ좀 현우진강민철호날두굴리트마오카이
-
자작시) 순간 0
우울우울
-
증조 고조 1
5대조 - 현조 6대조 - 열조 7대조 - 태조 8대조 - 원조 9대조 - 비조 라고 합니다
-
국어 매일 나비에스 1강씩, 언매 마더텅 하루치, 기출 1지문씩 수학 시발점 미적...
새해부터 정보글이라니! 감사합니다~
맞말추
오랜만에 와보니 두 분의 사고의 깊이가 굉장함이 보이네요.. 책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