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pegagossipa [976067] · MS 2020 · 쪽지

2021-01-04 22: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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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러셀 유현주 선생님 강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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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르비 사이트에 글을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수능 끝나고 놀기만 하다가 유현주 선생님 강의 후기를 쓰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이 글을 누가 읽어주겠느냐만... 혹시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글 올립니다.


먼저 제가 유현주 선생님 강의를 수강하게 된 시기는 고2에서 고3 올라가는 겨울방학(1월)부터 고3 3월 말까지였습니다. (제 기억 상으로는 이 시기가 맞습니다만.. 기록 상으로도 맞을 지는..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고2 마지막 모의고사, 11월 모의고사까지만 해도 '수능국어'라는 분야에 대한 아무런 전략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사담이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수능이라는 시험만큼 '전략'이 중요한 시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공부법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사소한 전략 말입니다. 가령 문학부터 빠르게 풀고 비문학으로 넘어간다.. 등의 것과 같은.. 이런 태도는 제가 국어 뿐만 아니라 다른 수능 과목들을 공부할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공부는 주먹구구로!'가 아닌, 누구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냥 무작정 글을 읽고 문제를 푼다는 행위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렸고 아무런 전략없이 무모한 태도로 시험에 임한 저는 71점이라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경험 상 비문학 지문 하나랑,, 그 뒤에 있는 문학 지문을 전체로 날려먹으면 저런 점수가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푼 것 중에도 틀린 것들이 꽤 있었겠죠...? 그 때 친구들은 맨 마지막 문학지문이 감동적이었다.. 풀면서 울었다... 그러고 있었는데 저는 이 현실에 환멸이 나서 멍 때리고 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얄미웠습니다. 

그렇게 처참한 결과를 가지고 부모님과 상의 끝에 저는 평촌 러셀의 윈터스쿨로 들어가게 됩니다. 평촌 러셀은 일정 수강 시간을 채워야하는 구조 (대부분이 마찬가지이겠지만)이기에 수학은 어... (타강사 언급 가능한건가) 자사 인강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 한분, 영어 당시 일타 강사분, 국어는 유현주 선생님이 아닌 타 강사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국어는 인강으로 d사의 강사분의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인지 고1,고2 때에는 국어 과목에서 친구들보다 두각을 나타내었으나, 강의를 듣고 안듣고의 차이는 꽤 컸던 것인지 금방 전세가 역전되더라구요. 그래서 현강을 처음 듣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렇게 듣게 된 현강에서.. 솔직히 저는 얻었던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웬만해서 단언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 편인데, 정말 하나도 얻어간 것이 없었습니다. 국어 지문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의 수업이 저에게는 정말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비문학 수업을 들을 때에도 온전히 강사분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사분의 감각을 공식화 하거나.. 시각화 하여 학생들에게 전해주면 훨씬 높은 효율이 나올 것 같았는데.. 수업을 들을 때마다 저는 강사분이 끝내주게 국어지문을 장악하는 모습을 구경만한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낭비하고 국어 현강을 그만 두었습니다.


모든 국어 수업이 다 저런식이겠다고 생각한 저는 다시 혼자 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방법론도 없이 그냥 읽고 푸는 주먹구구 식의 풀이는 전혀 개선되지 않아 러셀 자체 모의고사에서 국어 두 지문을 또 날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같이 수학 수업을 듣는 친구의 권유로 유현주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로 결정합니다.


처음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듣게 된 건 거미손 (비문학) 강좌였습니다. 위에서도 계속 말했지만, 저는 문학과 비문학 모두 특별한 정공법 없이 그냥 주먹구구로 읽고 푸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을 선호하시는 강사분들이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고, 이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먹구구 독해로 줄곧 국어영역을 공부해왔는데 점수가 낮은 학생들 (평소에는 잘 푸는데 실전일 때만 이상해요 하는 학생들 포함)이라면 자신만의 글을 읽는 방법론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었고, 거미손은 방법론적으로 글을 읽는 방식의 최고봉...정수...마스터피스..이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는 거부감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저는 국어영역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 줄여서 근자감까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첫번째 수업만에 수강을 그만두어야하나까지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주, 3주 다니면서 거미손에 수록된 유현주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읽기 도구들을 정립하고 어떤 형식의 글이든지 일관되게 적용하는 연습을 하니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더군요. 일단.. 대수능의 대상자들은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어찌됐든 원어민들 아닙니까? 문장 하나하나에 스스로의 메뉴얼을 수립하고 그런 문장들이 쌓일수록 글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읽으면서도 어느 내용이 지문의 핵심내용인지, 어느 내용이 문제화가 될지가 보이게 됩니다. (백분위 98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점수는 아니지만... 제가 완전 패닉을 한 상황에서도 백분위 을 받을 수 있게 된 주요요인은 역시 문장별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가 습관화 되어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몇주, 혹은 몇달 간 유현주 선생님이 마련해주신 읽기 도구들을 완전히 자신 것으로 만들면 이제 자기 혼자 고민해야할 영역들이 생깁니다. 그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해가면서 새로운 도구들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만들게 되면 국어 90점 이상은 일단 먹고 들어가는.. 그런 실력이 형성되어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문단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1. 주먹구구 방법으로 지문을 읽는 자, 연습 때의 점수와 상관없이 실전에서의 점수만 따졌을 때 점수가 저조하다. -> 방법을 바꿔야 한다.

2. 방법론적인 독해로 바꿔야하는데 처음에 거부감이 강할 수 있다. -> 한 2주만 꾹 참고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도구들 체화해보기.

3. 어느 정도 체화가 되었다.->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름. 그걸 스스로 해결해가는게 진짜 공부.


선생님 교재들에서는 문법의 끝이 가장 잘 팔린다고 하지만.. 제가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비문학 영역이었습니다. 정말.. 정말 괜찮은 강의와 교재입니다. 웬만한 유명스타강사들보다 훨씬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좌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문법입니다. 바로 전에도 언급했지만 선생님께서 집필하신 문법의 끝이라는 교재가 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문법의 끝을 달립니다. 문법이라는 영역은... 어떤 것이 자신이 이해되지 않을 때까지 납득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난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일찍 호기심 방면으로는 풀이 꺾여 이해가 안되면 걍 외운다는 생각이었지만 다른 학생들은 납득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계속 똑같은걸 선생님께 여쭤보더라구요. 허허 

그런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이 집필하신 것 같습니다. 정말 정보가 방대합니다. 하지만 수능에 쓸데없는 정보는 하나도 없어서 공부하면서 세삼스럽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서 자습하다가 친구들이 저한테 문법 문제 물어보면 문법의 끝 펼쳐서 찾아보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약간.. 문법계의 사전.. 수학의 정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교재 내에 수록되어있는 문제들만 풀어도 웬만한 평가원 문법 문제에는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입니다. 문학강의 역시 선생님이 집필하신 자체교재를 사용합니다. 그 중 문학개념어의 끝이라는 교재가 있는데 수험생활 후반으로 갈 수록 요긴하게 사용된 책이었습니다. 교재의 내용은 말 그대로 문학 문제의 선지에서 사용되는 문학용어들의 개념을 정확히 짚어주고 가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전식으로 개념어들의 정의를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념어와 관련된 평가원 문제들을 전부 모아두고, 평가원이 그 용어를 언제, 어떨 때 사용하는지 등등을 다 설명해주십니다. 사람들이 애매하게 아는 것보다는 아예 모르는게 낫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사람이 매사에 열심히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수험생활 후반으로 갈 수록 애매하게 알거나 유사하지만 다른 뜻으로 알고 있는 문학용어들이 종종 눈에 띄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지표가 되어주었던 책입니다. 책에 수록된 그 단어의 평가원식 정의와 그 단어가 어떻게 문제화 되었는지 등을 까먹은 즉시, 책을 펼쳐 간단하게 복습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대시같은 경우는 정서를 +.-로 나누어서 설명해주십니다. D사의 일타강사분 강의를 듣던 저는 비문학 때와 마찬가지로 큰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수강을 끊으려고 발악했던 가장 큰 이유였기도 했습니다. 문학은 심장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저는 정서를 저렇게 +,-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습니다. +,-로 나누는 기준마저 애매했고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비문학 때의 경험을 살려.. 이것 역시 2주정도 꾹 참았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것을 따라서 이분화해보고, 선생님보다 미리 +,-로 나눈 후 수업 때 비교해보고.. 이랬더니 3주차에는 선생님이 하시는 것과 얼추 비슷하게 이분화할 수 있게 되었더군요. 여기서 확신을 얻고 지금까지 했던 노력들을 꾸준히 했습니다.(저는 선생님과 저의 표기를 비교대조 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쓸데없이 문학작품에 매몰되지 않고 중요한 정서를 잘 잡을 수 있게 되었고, 문학 역시 문장단위로, 시간을 중요시하며 보게 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까 문맥이 어색한 부분도 보이고, 사담이 긴 부분도 보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저는 3월 후반 이후로 그 어느 학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유현주 선생님의 강의를 마지막으로 국어는 스스로 분석, 그 내용을 체화하기만 했습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다닌 케이스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굉장히 결여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니던 학원들을 모조리 그만둬야하는 상황에 닥쳐져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개인적인 일로 멘탈도 말이 아니었고요. 그 당시에 저는 수능이 중요한게 아니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습니다. 주변에 의지할 만한건 아무것도 없고.. 그냥 죽고싶다는 생각만 줄곧 하면서 살았었네요. 그런데 유현주 선생님과 마지막 상담에서, 선생님이 저에게 무상으로 인강을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메일도 알려주시면서 연락도 간간히 하라고 말씀해주셨구요. 그 때 부끄럽지만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울었었습니다. 그 이후로 모의평가들 있을 때마다 선생님과 이메일로 연락하고 지냈고, 이제 수능이 끝났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매순간 진심이신 선생님이십니다. 학생을 돈으로 보는 다른 학원, 강사들과는 정말 다르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보답하고 싶어하시는 선생님입니다. 이런 선생님이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학생분들도! 사적인 감정 다 제외하고도 정말 훌륭한 강의력과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시는 선생님입니다.


기회가 되면 또 뵙고 싶네요.

글을 어떻게 끝마쳐야할까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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