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관련된 어휘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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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sleep)'의 어휘사에 대해 알아보자
공시적으로 ‘잠’은 ‘자다'에 명파접이 붙은 명사일 수도, ‘자다'에 명사형 전성 어미가 붙은 명사형일 수도 있다. ‘잠을 못 잤다’에선 전자, ‘어젠 깊게 잠.'에선 후자이다. 현대 국어에서 명파접과 명사형 전성 어미가 달랐지만 중세 때는 달랐다.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는 있으나 일단 정설은 명파접은 ‘ㅇㆍㅁ/음' 그리고 명사형 어미는 ‘옴/움'으로 보는 것이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모음조화에 따라 위의 형태소들은 다르게 쓰였는데 ‘걷다'라는 용언에 명파접이 붙으면 ‘거름(걷-+-음)'이 되었고, 명사형 어미가 붙으면 ‘거룸(걷-+-움)'이 되었다. ‘ㅎㆍ다(하다)’는 명사로 ‘ㅎㆍㅁ(ㅎㆍ-+-ㅁ)', 명사형으로 ‘홈(ㅎㆍ-+-옴)'이 쓰였다. 그러니 ‘자다'의 경우 이론적으론 명파접이 붙으면 ‘잠(자-+-ㅁ)'이, 어미가 붙으면 ‘잠(자-+-옴)’이 되어야 했다. 중세 국어에는 동사 어간 말음이 ‘ㅏ, ㅓ, ㅗ, ㅜ'면 명사형 어미 ‘-옴/움'과 결합할 때 ‘오/우'는 탈락하고 성조가 상성으로 변했다(예외가 있긴 하지만). 유필재 교수는 이에 대해 "이 평성, 상성 변동은 축약에 의해 평성과 거성이 병치되어 상성을 이루는 음운론적 현상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실제 문헌을 보면 동사 ‘자다'는 활용할 때 항상 ‘자-’로 나타나는 반면에 명사 ‘잠'의 경우 ‘ㅈㆍㅁ'으로만 나타난다. 중세 때는 아래아와 ‘ㅏ'의 음가는 변별되던 시기이므로 ‘자'의 ‘ㅏ'가 굳이 아래아로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다른 ‘ㅏ'로 끝나는 용언에선 보이지 않는 현상이므로 ‘자다'에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자다' 어간 말음이 ‘ㅏ'이므로 활용을 하든 파생을 하든 모음 ‘ㅏ'가 유지되어야 한다. '자다'가 'ㅈㆍ다'로 쓰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15세기부터(석보상절) ‘ㅏ'가 아니라 ‘ㆍ’으로 나타난 것을 둘이 다르게 발음되었다고 보기엔 같은 용언에서 나온 말이기에 말이 안 된다. 하나는 [t͡sam]으로, 하나는 [t͡sʌm]으로 변별되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다만 달리 둘이 다르게 표기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관행으로 보아야 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쓰이다 ‘ㅈㆍㅁ'은 아래아가 완전히 그 음가를 잃어버리는 19세기가 되어서야 ‘잠'으로 표기되고 이게 표준어가 된다. 그리고 제주에선 아래아가 ‘ㅗ'로 변한 ‘좀'이 방언형으로 남아 있는데 ‘좀 잡서양'과 같은 표현이 자주 들린다.
이상한 이론으론 'ㅈㆍ올다(졸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보려면 형태소를 'ㅈㆍ/올/다'로 분석해야 한다. 백 번 양보해서 'ㅈㆍ'에 의미핵이 있다 치더라도 어째서 '자다'는 'ㅈㆍ다'가 그 고형이 아닌지도 설명할 수 없는 이론이다.
참고로 'ㅈㆍ올다'는 '졸다'의 옛말로 제1음절의 아래아가 '올'의 'ㅗ'에 동화되어 '조올다'가 되었고 동음이 반복되자 이를 회피하고자 '졸다'로 쓰였다. 그리고 제2음절의 'ㅗ'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일부 지역에선 '자올다'라는 방언형이 존재하고 동남 방언에는 ㅇ이 ㅂ으로 변한 '자볼다'나 '자부랍다' 등의 방언형이 있다.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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