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국어 [720978] · MS 2016 · 쪽지

2020-07-29 04: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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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여러분 힘들면 도망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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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9월 모의고사를 본 날이었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아니었습니다. 수능은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시험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때의 저에게는요. 

포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그날 본 시험은 그날 피드백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은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억울했나 봅니다. 

뭐든지 해낼 것 같았던 나였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너무 처절하게 깨달아서일까요.


그래서 한동안 저녁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노래만 들으면서 걸었습니다. 

그냥 지칠 때까지 걸었던 것 같네요. 


도망간거죠. 수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제 부족한 부분을 감싸고 있던 옷들은, 시험을 볼 때마다 갈기갈기 찢겨져 버려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들과 마주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괜찮아지더군요. 


수험생 여러분 힘들면 도망치세요. 체념하고 주저앉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힘들면 조금은 피해도 됩니다. 꼭 마주하고 이겨낼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힘들다면 조금은 쉬어도 됩니다. 쉬고 일어나면 되죠!


노래 틀어놓고 작업하는데 가사때문인지 갑자기 재수 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여러분들 많이 힘드실 텐데, 너무 힘들면 좀 쉬고 씩씩하게 돌아오세요.


항상 화이팅입니다.




그 때 들었던 노래들이에요. 

 

독 - 프라이머리

두 손, 너에게 - 스웨덴 세탁소

같이 걸을까 - 이적

빨래 - 이적

시시콜콜한 이야기 - 이소라


그리고 요즘은 '도망가자'라고 선우정아 노래를 듣고 있네요. 

사실 이 글도 저거 듣다가 생각나서 써봤어요 ㅋㅋㅋㅋ

분명히 내일 일어나서 이불 걷어찰 거 같은디.. 이거 보는 수험생분들께 조금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네요. 


어쨌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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